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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 2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2) — 고점에서만 산 사람

평생 네 번, 전부 역사적 고점에서만 산 세계 최악의 마켓 타이머 이야기. 타이밍을 몰라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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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지수 ETF에 매달 넣고 잊어버리라고 썼다. 근데 이걸 들으면 대체로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너무 오른 거 아닌가, 떨어지면 그때 사야지. 나도 그랬다. 그래서 유명한 얘기 하나를 가져왔다. 미국 블로거 벤 칼슨이 쓴 "세계 최악의 마켓 타이머, 밥" 이야기다.

밥은 1970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가상의 인물이다. 매년 돈을 모아서 S&P 500에 넣기로 했다. 근데 밥은 타이밍 감각이 세계 최악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평생 딱 네 번 샀는데 네 번 다 역사적인 고점이었다.

산 시점넣은 돈직후에 벌어진 일
1972년 말6,000달러이후 2년간 48% 하락
1987년 여름46,000달러두 달 뒤 블랙먼데이, 34% 하락
1999년 말68,000달러닷컴 버블 붕괴, 49% 하락
2007년 가을64,000달러금융위기, 52% 하락

몇 년 동안 열심히 모은 돈을 넣으면 반토막이 났다. 그러면 무서워서 한동안 못 넣고 다시 모으기만 했다. 시장이 다 회복되고 분위기가 좋아지면 그제야 다시 넣었다. 그리고 또 반토막. 이걸 네 번 반복했다. 평생 넣은 돈은 다 합쳐서 18만 4천 달러다.

근데

밥은 한 번도 팔지 않았다.

반토막이 나도 그냥 뒀다. 무서워서 새로 넣지는 못했지만, 이미 들어간 건 건드리지 않았다. 그 상태로 2013년 말에 은퇴하면서 계좌를 열어봤더니 110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18만 넣고 110만. 세계 최악의 타이밍으로 샀는데 6배가 됐다.

이게 왜 되냐면

밥이 산 시점은 전부 최악이었지만, 들고 있던 기간은 길었다. 1972년에 넣은 돈은 41년 동안 시장에 있었다. 그 사이 폭락이 네 번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그냥 흔들림이었다. 지난 글에서 차트를 지나고 보면 그때 폭락이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다고 쓴 게 이 얘기다.

그러니까 밥의 문제는 언제 샀느냐가 아니었다. 언제 샀든 안 팔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 거다. 타이밍을 아무리 잘 잡아도 무서울 때 팔았으면 저 숫자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이 고점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근데 밥 얘기가 말해주는 건, 그걸 몰라도 된다는 거다. 정말 재수 없게 매번 꼭대기에서 사도 안 팔고 오래 들고 있으면 결과가 나온다.

칼슨은 글 끝에 계산 하나를 더 붙였다. 밥이 타이밍 같은 거 안 보고 그냥 매년 꾸준히 나눠 넣었으면 230만 달러였다고. 최악의 타이밍으로 사도 6배인데, 타이밍이라는 걸 아예 생각 안 하면 12배다. 자동이체 걸어놓고 잊어버리라는 게 이 얘기다.

밥은 그것조차 못 한 사람이다. 무서워서 몇 년씩 못 넣었고, 분위기 좋을 때만 넣었다. 그래도 안 팔았다. 그거 하나로 됐다.

이 글도 내 생각이고 투자 권유는 아니다. 판단은 각자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