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가만히 있으면 돈은 녹는다. 지수 ETF에 묻어두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꽤 달라진다
목차
주변에 투자 얘기를 꺼내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이 온다. 주식은 도박 아니냐, 아니면 나는 돈이 없어서 못 한다. 나도 시작하기 전엔 비슷하게 생각했으니까 뭐 이해는 간다. 그런데 몇 년 굴려보고 나니까 생각이 좀 바뀌었다. 투자를 안 하는 것도 그것대로 위험하더라.
인플레이션
통장에 넣어둔 돈은 숫자가 그대로다. 그래서 안전해 보인다. 근데 숫자가 그대로인 거랑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그대로인 건 다른 얘기다.
물가가 매년 3%씩만 올라도 30년 뒤엔 지금의 1억이 실질적으로 4천만 원 정도가 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절반 넘게 사라지는 셈이다. 사실 30년까지 갈 것도 없다. 몇 년 전에 6천 원 하던 점심이 지금 만 원인 걸 다들 체감하고 있을 거다. 편의점에서도 예전엔 만 원이면 이것저것 집었는데 요즘은 두세 개만 집어도 만 원이 넘는다.
미국 지수 ETF
그럼 어디에 둬야 하나. 나는 개별 종목 고르는 데 시간을 꽤 쓰는 편이지만, 누가 딱 하나만 알려달라고 하면 그냥 미국 지수 ETF를 말한다. S&P 500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게 만들어놓은 상품인데, SPY나 VOO 같은 것들이다. 종목 하나 사는 것처럼 한 주 사면 미국 대표 기업 500개를 잘게 쪼개서 다 사는 셈이 된다. 국내 계좌에서 하고 싶으면 TIGER 미국S&P500 같은 국내 상장 ETF도 있다.
S&P 500은 지난 수십 년간 배당까지 재투자하면 연평균 10% 언저리의 수익을 냈다. 물가를 빼고 봐도 7% 정도. 그 사이에 닷컴 버블도 있었고 금융위기도 있었고 팬데믹도 있었다. 매번 이번엔 진짜 다르다는 말이 나왔는데, 매번 결국 전고점을 넘겼다. 지나고 나서 차트를 보면 그때 그 폭락들이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다.
이게 운이 좋아서라기보단 구조가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지수는 결국 살아남은 기업들의 묶음이라서, 망하는 회사는 알아서 빠지고 잘하는 회사가 새로 들어온다. 개별 기업은 망해도 지수 자체는 계속 갈아 끼워지면서 유지되는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복리
여기까지는 다들 어느 정도 아는 얘기인데, 숫자를 직접 넣어보면 체감이 좀 다르다.
매달 50만 원씩 지수 ETF에만 넣는다고 해보자. 연 10% 기준이다.
| 기간 | 넣은 돈 | 불어난 돈 |
|---|---|---|
| 10년 | 6,000만 원 | 약 9,600만 원 |
| 20년 | 1억 2,000만 원 | 약 3억 4,000만 원 |
| 30년 | 1억 8,000만 원 | 약 9억 9,000만 원 |
넣은 돈은 3배 늘었는데 결과는 10배 가까이 된다.
앞의 10년은 사실 재미가 없다. 거의 원금이라 그냥 적금 붓는 느낌이고, 아마 대부분 여기서 그만둘 것 같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고. 그런데 뒤로 갈수록 수익이 수익을 낳으면서 기울기가 확 달라진다. 30년 차쯤 되면 한 해에 불어나는 금액이 그해에 넣은 돈보다 훨씬 크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수익률보다 시간인 것 같다. 똑같은 조건에서 10년만 늦게 시작하면 30년이 20년이 되는 건데, 그것만으로 6억 넘게 날아간다.
그래서
대단한 분석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지수 ETF에 자동으로 꽂아두고 잊어버리면 된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렵긴 하다.
사실 나는 여기서 만족 못 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쪽이다. 개별 종목 찾겠다고 산업이며 실적이며 계속 들여다보고 있고, 시장 분석하는 시스템도 직접 만들어서 돌리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랑 체력이 들어간다. 그건 내가 이걸 좋아해서 하는 거지 누구한테나 권할 만한 건 아닌 것 같다. 지수 ETF는 그런 거 없이도 되니까.
이 글은 그냥 내 생각이고 투자 권유는 아니다. 판단은 각자 알아서.